K-뷰티 간판 달고 들어오는 중국 브랜드들
발행일: 2026년 4월 27일 · CNEC 뉴스레터
C-뷰티가 K-뷰티 루트를 그대로 타고 미국에 들어오고 있다
중국 뷰티 브랜드들이 한국 ODM에서 제품을 만들고 한국풍 디자인을 입혀 K-뷰티로 위장한 채 미국 시장에 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동시에 나프타 가격 급등으로 한국 인디 브랜드의 원가 부담이 커지는 반면, 중국은 이 충격을 거의 받지 않아 가격 경쟁력 격차가 구조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미 K-뷰티로 포장돼 유통 중인 중국 자본 브랜드
대표적인 사례가 JiYu 브랜드다. 약 8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매출 1,000억 원 트래킹 중인 이 브랜드의 공식 사이트 About Us에는 "JIYU 브랜드의 공식 제조 파트너이자 공인 유통사는 Zibo Zhance Trading Co., Ltd"라고 명시돼 있다. Zibo(치보)는 중국 산둥성의 도시다. 미국 소비자에게는 한국 브랜드로 인식되지만, 실질적 자본과 유통 구조는 중국에 있는 형태다.
이처럼 한국 ODM에서 생산하고, 한국 디자인을 입히고, 미국에서 K-뷰티로 판매되는 구조가 복수의 브랜드에서 확인되고 있다. K-뷰티 가품 적발 건수도 같은 흐름을 보인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 데이터에 따르면 K-뷰티 가품 적발 건수는 2023년 16,774건에서 2025년 36,116건으로 2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C-뷰티의 글로벌 확장 속도와 수치로 본 현황
중국 뷰티 시장에서 자국 브랜드 점유율은 2023년 처음으로 50.4%로 외자계(49.6%)를 넘어섰고, 2025년 1월에는 67%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대중국 화장품 수출액은 2021년 48.8억 달러에서 2024년 25억 달러로 3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글로벌 성장 속도 차이도 뚜렷하다. 미국 ITC 자료 기준 2020~2024년 4년간 연평균 수출 성장률은 한국이 6%, 중국이 18%였다. TikTok Shop 미국 뷰티 카테고리에서는 GMV의 22.4%를 중국 브랜드가 차지하며 1위 카테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개별 브랜드의 움직임도 빠르다. 화시쯔(Florasis)는 2025년 1월 도쿄 긴자식스에 첫 해외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고, 일본이 이미 화시쯔 해외 매출의 40%를 차지한다. 플라워노즈는 2025년 12월 미국 얼타뷰티에 입점했으며, 같은 해 10월 서울 성수동 팝업은 2주 만에 27,000명이 방문했다.
한국 ODM이 C-뷰티 생산에 참여하는 구조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 있다.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한국 대형 ODM사들이 중국 법인을 통해 C-뷰티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올투자증권은 "C-뷰티 글로벌 침투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며 코스맥스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화장품 업계 20년 경력자는 이렇게 평가했다. "최근 중국 뷰티 기업들이 한국 ODM·OEM과 손잡고 만드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제조 기술 측면에서는 사실상 국내 화장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볼 수 있다."
K-뷰티가 구축한 ODM 인프라, 아마존·TikTok Shop 플랫폼 운영 노하우, 시딩·공동구매 마케팅 모델을 이미 학습한 상태에서, 가격 경쟁력의 핵심인 부자재마저 중국이 가장 저렴하고 종류가 많다.
나프타 가격 폭등, 한국 인디 브랜드만 직격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로 나프타 가격이 급등했다. 한국은행 생산자물가지수 기준 3월 나프타 가격은 전월 대비 68% 올랐고, 국제 가격은 배럴당 60달러대에서 140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은 나프타 수요의 45%를 수입에 의존하며 그중 77%가 중동산이어서 구조적으로 가장 취약하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제재 대상인 이란·러시아 원유를 할인 가격에 매입해 전략비축유 109일치를 확보한 상태로, 이번 원가 충격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
인디 브랜드가 체감하는 실질 피해
- 코스맥스·한국콜마는 2~3개월 비축분으로 단기 대응 중이나 장기화 시 원자재 인상 불가피
- 대기업 우선 공급 구조로 인해 인디 브랜드는 발주한 용기가 제때 납품되지 않는 사례 발생
- 나프타 기반 원료·부자재 가격 인상이 소규모 브랜드일수록 마진에 직접 영향
- 중국은 원유 할인 매입·비축으로 동일 충격을 우회, 가격 경쟁력 격차가 구조적으로 확대
K-뷰티의 현재 강점과 좁혀지는 격차
K-뷰티가 여전히 강세인 것은 사실이다. 식약처 발표 기준 2026년 1분기 미국 수출은 전년 대비 +40.9% 성장했고, 일본 시장에서는 프랑스를 제치고 1위 수출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스킨케어·더마 카테고리에서의 기술적 우위도 단기간에 뒤집히기 어렵다.
그러나 일본 시장에서 화시쯔가 해외 매출의 40%를 확보하는 데 걸린 시간이 4년이었다. C-뷰티가 K-뷰티 인프라를 활용하고, 원가 우위까지 확보한 상태로 속도를 높이고 있는 지금, 그 격차가 영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위장 진입·가품 증가·ODM 공유·원가 비대칭이라는 네 가지 구조적 압력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브랜드와 마케터 모두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