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EC · 뉴스레터

월 3억 공구가 3천만원 된 이유: 인플루언서의 '신뢰 자산'이 무너질 때

발행일: 2026년 5월 4일 · CNEC 뉴스레터

공동구매 매출 3억에서 3천만원으로 급감한 K-뷰티 브랜드의 매출 그래프 비교 차트

인플루언서 공동구매 매출이 잘 나오는 이유

최근에 60만 팔로워 인플루언서 한 분과 길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공구 12년 차, 대기업 본사와 다이렉트로 진행할 정도로 성장한 분입니다. 영업이익도 쌓이고 매출도 안정적이지만, 정작 본인 입에서 가장 자주 나온 말은 "위임이 안 된다"였습니다.

3억이 3천만원이 되기까지

월 3억 매출을 찍던 부계정을 직원에게 완전히 위임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본인 업무를 그대로 알려줬고, 프로세스도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2년이 지나니 매출이 3천만원이었습니다.

같은 상품인데 본인이 찍은 콘텐츠와 직원 콘텐츠의 매출이 2배 이상 차이 났습니다. 본인 얼굴이 안 나오는 계정인데도 그랬습니다. 제품 사용 모습, 공간, 콘텐츠 디테일에 따라 매출 차이가 컸는데 그 디테일이 직원에게 위임해서는 나오지 않더라는 겁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팔로워가 그 인플루언서한테 기대하는 건 "이 사람이 진짜 써보고 고른 것"입니다. 그 신뢰가 콘텐츠 디테일 하나하나에 묻어 있는데, 직원이 같은 동선으로 찍어도 살아나지 않습니다.

대표에게 제품은 '내가 직접 골라서 내 이름 걸고 파는 것'입니다. 직원에게는 '이번 주 올려야 할 공구 콘텐츠'입니다. 같은 결과물처럼 보여도 시장은 정확하게 구분합니다.

횟수를 줄였더니 매출이 올랐습니다

이 분이 내린 결론은 매일 공구를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일주일에 두 개만 엄선해서 진행합니다. 횟수를 줄였는데 매출과 수익은 오히려 올랐습니다. 직원 수도 줄었고 고정비도 줄었는데 상황은 더 좋아졌습니다.

본인 입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 사람이 100개를 다 써볼 수 없잖아요."

엄청난 팬심으로 "똥을 팔아도 산다"는 우스개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은 본인 계정의 강점이 거기 있지 않다는 걸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강점은 본인 자체가 아니라, 좋은 상품을 소개하면서 쌓아온 신뢰 관계입니다. 그리고 그 제품을 예쁜 공간에서 사용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만들고, 구매 욕구를 일으키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 그게 핵심이라는 걸 본인이 알고 있었습니다.

정반대 모델도 있습니다

같은 날 50만 팔로워 계정을 운영하는 대표를 만났는데, 운영 방식이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하루에 릴스 콘텐츠만 10개 이상이 올라가고, 판매 아이템이 수천 개입니다. 체계화된 조직 구조에서 상품 소싱부터 디자인, 콘텐츠, 마케팅까지 프로세스가 엄청 빠르게 돌아갑니다.

두 모델은 구조가 다릅니다.

누가 더 낫다는 건 없습니다. 다만 결이 다릅니다.

화장품처럼 "이 사람이 진짜 써보고 추천한 것"이 구매 결정에 크게 작용하는 카테고리는 전자 모델과 더 잘 맞습니다. 한 번 신뢰가 깨지면 회복이 어려운 카테고리이기도 하고요.

회사로서의 안정성은 후자 쪽이 더 단단해 보였습니다. 시스템과 조직 자체가 진입 장벽이 되어버려서 한두 사람이 빠진다고 흔들리지 않는 구조입니다.

남의 걸 잘 파는 것과 내 걸 잘하는 건 다릅니다

"결국 내 브랜드에 집중해서 키우고 싶다."

운영 방식은 정반대인데 도착 지점은 같았습니다. 그런데 둘 다 못 갑니다. 기존 매출을 만들어주는 구조를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모든 걸 올인해도 부족한 게 브랜드인데, 멈추면 매출이 끊기는 시스템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이 부분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밖에서 보면 화려하고, 매출도 잘 나오고, 업계 내에서도 영향력이 있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두 분 다 본인 브랜드를 향한 갈증이 있었습니다.

남의 걸 잘 파는 것과 내 걸 잘하는 것은 다른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셀러로서 쌓아온 모든 자산이 브랜드 운영에서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미 잘하고 있는 분들조차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게 그렇게 어렵습니다.

브랜드 만드는 분들이 새삼 대단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브랜드 담당자, 대표님들이 새삼 대단해 보입니다. 화려한 인플루언서들이 가고 싶어 하는 그 자리에 이미 계신 거니까요.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하는 일은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그래서 이미 그 길을 걷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오늘도 잘하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