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EC · 뉴스레터

K-뷰티 간판 쓰는 C-뷰티 등장 — 한국 브랜드의 진짜 경쟁이 시작됐다

발행일: 2026년 3월 23일 · CNEC 뉴스레터

중국 자본이 투자한 K-뷰티 브랜드 제품들이 한국 화장품 매장 진열대에 놓여 있는 모습

80억 투자받은 'K-뷰티' 브랜드, 실제 제조사는 중국이었다

최근 미국 뷰티 시장에서 약 80억 원(약 65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화제가 된 브랜드 JiYu. 전년 대비 3배 성장, 올해 매출 목표 1,000억 원이라는 수치만 보면 성공적인 K-뷰티 스타트업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공식 웹사이트(myjiyu.com)의 About Us 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적혀 있습니다.

"We are the official manufacturing partner and authorized distributor for the JIYU brand — Zibo Zhance Trading Co., Ltd., along with its legal representative, Mr. Chen Qifang."

Zibo(쯔보)는 중국 산동성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즉, JiYu의 공식 제조 파트너이자 공인 유통사는 중국 기업입니다. K-뷰티의 이미지를 활용하되, 실질적인 생산과 유통 기반은 중국에 있는 구조입니다.

JiYu가 특별히 나쁜 기업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아마존·틱톡샵·자사몰 3개 채널을 동시에 운영하고 콘텐츠 마케팅도 체계적으로 실행하는, 실행력 있는 브랜드입니다. 문제는 이런 플레이어가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가 K-뷰티를 둘러싼 경쟁 구도의 변화를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K-뷰티 경쟁 구도가 달라지고 있다

한국 중소 뷰티 브랜드 입장에서 지금의 미국 시장은 복잡한 전장입니다. 경쟁 상대가 다른 한국 브랜드에 그치지 않습니다.

화장품 부자재 측면에서도 중국은 종류가 가장 다양하고 단가도 낮습니다. '한국에서 만들었습니다'라는 한 문장만으로 차별화를 주장하기 어려운 환경이 빠르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기회는 분명히 존재한다 — Ulta 마켓플레이스 사례

같은 시기에 긍정적인 신호도 있었습니다. Ulta Beauty 마켓플레이스에 K-뷰티 브랜드 17개가 추가 입점했는데, 주목할 점은 입점 소요 기간입니다. 기존에 9개월이 걸리던 프로세스가 9주로 단축되었습니다.

Ulta 마켓플레이스는 2024년 10월 런칭된 초대 기반 플랫폼으로, 리셀러나 유통사는 입점이 불가하고 브랜드가 직접 참여해야 합니다. 닥터멜락신은 마켓플레이스 입점 후 3회 연속 품절을 기록하며, 2025년 5월부터 Ulta 전국 1,500개 매장에 오프라인 입점을 확정했습니다. 온라인에서 수요를 검증하고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경로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 사례입니다.

세포라의 한국 스킨케어 전용 코너 확대, 코스트코닷컴의 K-뷰티 50개 이상 취급, 올리브영 LA 매장의 올해 오픈 예정 등 유통 채널은 분명히 넓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K-뷰티 매출이 37% 성장했다는 수치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시장이 열려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관건은 이 기회를 어느 브랜드가 가져가느냐입니다.

결국 '왜 이 브랜드여야 하는가'를 증명해야 한다

JiYu 사례는 K-뷰티 브랜드 파워가 그만큼 강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한국 기업이 아니어도 이 간판을 활용해 대규모 투자와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 K-뷰티는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자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진짜 한국 브랜드일수록 '원산지'가 아닌 '브랜드 자체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성분이, 어떤 철학이, 어떤 사용자 경험이 이 브랜드를 선택하게 만드는지를 명확히 전달하는 브랜드만이 경쟁이 격화되는 시장에서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