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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랭크는 30개, APR은 5개. 무엇이 달랐을까요?

발행일: 2026년 4월 20일 · CNEC 뉴스레터

블랭크코퍼레이션과 APR의 브랜드 포트폴리오 수 비교 인포그래픽 — 블랭크 30개 vs APR 5개 브랜드 전략 차이

같은 시기, 같은 방식으로 시작한 두 회사가 있습니다. 한 곳은 브랜드를 30개까지 늘렸다가 116억 적자를 냈고, 다른 한 곳은 5개를 11년째 유지하며 매출 1.5조를 만들었습니다.

같은 DNA, 다른 결과

APR은 2014년 말 창업한 미디어 커머스 1호입니다. 블랭크보다 1년 먼저 시작했고,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영상으로 팔고 자사몰 D2C로 유통하는 구조도 똑같았습니다. 2018년에는 둘 다 매출 1,000억대였습니다.

이후 길이 갈렸습니다. 블랭크는 베개·발팩·주방·반려동물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브랜드를 30개까지 늘렸다가 결국 11개로 줄이며 적자를 냈습니다. APR은 2017년까지 4개 브랜드를 론칭한 뒤 거의 멈췄습니다. 5개 브랜드를 11년째 유지 중입니다.

핵심 고객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경제 상황이 안 좋아졌다고 해서 밥을 안 먹을 수는 없다. 우리가 제품을 필수재로 자리 잡게 한다면 경제 상황과 관계없이 꾸준히 팔릴 것이다." — 김병훈 대표

APR의 브랜드 구조는 고객의 나이와 함께 움직입니다. 에이프릴스킨이 20대를 잡고, 메디큐브가 그 고객을 30~40대로 끌어올리고, 에이지알 디바이스가 다시 같은 고객을 받습니다. 브랜드는 3개지만 고객은 한 명입니다.

이 구조의 결과는 숫자로 드러납니다. 전체 매출 1조 5,273억 중 메디큐브 단일 브랜드가 1조 4천억, 회사 매출의 90% 이상입니다.

자사몰 800만 + 카카오 채널 146만, 플랫폼 밖에 고객을 쌓았습니다

2014년부터 11년간 쌓은 자사몰 가입자는 800만 명입니다. 카카오톡 채널 친구는 에이프릴스킨 35만·메디큐브 110만을 합쳐 146만 명입니다. 올리브영·쿠팡 수수료 없이 자기 고객에게 직접 팔 수 있는 구조입니다. 영업이익률이 20%대로 유지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플랫폼 광고 단가는 계속 오르고 개인정보 규제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자사 회원 데이터와 카카오 채널로 CRM을 직접 돌릴 수 있는 브랜드는 이런 변화에 덜 흔들립니다. 에이프릴스킨으로 가입한 20대가 30대가 되면 메디큐브를, 그다음엔 에이지알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국내는 자사몰로, 해외는 유통 채널로

해외 진입 속도도 빠릅니다. 영국 틱톡샵은 입점 4개월 만에 뷰티 카테고리 1위, 미국 아마존 토너 카테고리는 2025년 2월부터 지금까지 1위를 유지 중입니다. 유럽 아마존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 모두 톱100에 진입했고, 2024년 4월에는 미국 울타뷰티에도 입점했습니다.

해외 매출 비중은 80%까지 올라왔습니다. 미국 37%, 일본 12%, 중화권 8%, 나머지는 유럽과 동남아입니다. 자사몰만 있으면 해외 진입 속도가 나오지 않고, 유통만 있으면 수수료와 플랫폼 의존이 커집니다. APR은 국내에서 쌓은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외 유통에 빠르게 올라탔습니다.

"R&D 투자가 적다"는 비판, 다른 관점으로 보면

연구개발비는 매출의 0.5%(2024년 35억)입니다. 반면 광고선전비·판매수수료는 매출의 30.7%로, 아모레퍼시픽(22.56%)보다 약 8%p 높습니다. "R&D는 안 하고 광고로 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른 관점으로 보면, APR은 R&D 대신 고객 확보에 비용을 더 쓴 회사입니다. ODM 위탁생산으로 고정비를 최소화했습니다. 종업원 급여는 매출의 4.76%로, 아모레퍼시픽(20.81%)의 1/4 수준입니다. 그 고정비를 마케팅과 고객 확보에 투입했습니다.

결과는 숫자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면서도 영업이익률 24%를 유지했습니다. 쓴 만큼 매출로 돌아왔고, 고정비가 가벼워 이익까지 챙긴 구조입니다. 에이지알 디바이스도 같은 공식입니다. 경쟁사가 100만 원대로 파는 시장에서 20~30만 원대로 낮춰 진입장벽을 없애고, 풀린 마진을 마케팅으로 쏟아 물량을 당겼습니다.

"광고로 판다"는 말은 맞습니다. 중요한 건 그 광고비가 고객으로 돌아오느냐인데, APR은 숫자로 증명했습니다.

후발 주자가 배울 수 있는 것

APR을 똑같이 따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25살에 시작해 11년을 풀로 돌았고, 타이밍·자본·인재가 맞물린 결과입니다. 그래도 공식에서 배울 것은 있습니다.

APR이 블랭크와 갈라진 지점은 단순합니다. 브랜드를 안 늘렸고, 자사몰을 11년 쌓았고, 같은 고객이 에이프릴스킨 → 메디큐브 → 에이지알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그 기반으로 해외 유통에 빠르게 진입했습니다.

결국 같은 질문으로 수렴합니다. 우리 고객이 지금 뭘 원하는가. 그 질문을 5개 브랜드 안에서 반복한 회사가 37살 대표의 순자산 3.6조를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