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EC · 뉴스레터

K-뷰티 창업 열풍: 한 달 638개 신규, 1년 만에 1/4 폐업의 민낯

발행일: 2026년 3월 3일 · CNEC 뉴스레터

한 달간 638개의 신규 화장품 업체가 등록된 현황을 보여주는 국내 뷰티 산업 성장 통계 그래프

요즘 진짜 너도나도 화장품 합니다.

한 달 만에 화장품 신규 업체가 638개 등록됐습니다. 전년 대비 50% 증가, 4년 만에 두 배입니다. 상장사 127곳이 화장품 업종을 등록했는데 실제 사업을 한 곳은 30% 정도라고 하고, 폐업은 1년 만에 7,699개. 셀트리온 화장품 적자 110억, 모나미 적자 44억. 이마트, 롯데, 코오롱 전부 철수했습니다.

브랜드 미팅 나갈 때마다 느낍니다. 예전엔 뷰티 업계 사람들끼리만 만났는데, 요즘은 수산업체 대표, IT 스타트업 대표, 심지어 전자부품 회사 대표까지 "화장품 해보려고요"라고 합니다. 제 주변에도 많습니다. 웃긴 건 다들 "원래 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원래 관심 있었으면 K뷰티가 뉴스에 나오기 전에 왜 안 했을까요? 솔직히 시장이 뜨니까 뛰어든 겁니다. 창업 동기로서는 꽤 위험합니다.

숫자부터 보겠습니다

식약처 통계 기준, 2024년 화장품 책임판매업체 폐업이 8,831건입니다. 2020년 882건이었으니 4년 만에 10배입니다. 전체 책임판매업체 수가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3만 1,524개에서 2만 7,361개로, 1년 만에 4분의 1이 사라졌습니다.

상장사 127곳이 화장품 업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는데, 실제로 사업을 전개한 곳은 극히 일부입니다. 철강선 제조업체, 소프트웨어 개발사, 전자부품 회사까지. K뷰티를 주가 부양용으로 쓴 거죠.

셀트리온스킨큐어는 한스킨 인수 후 2009년부터 지금까지 적자입니다. 2020년 영업손실 69억, 2021년 127억, 2022년 108억, 2023년 57억. 매출은 300억대인데 흑자 전환을 못 하고 있습니다. 이마트는 '센텐스'로 5년, '스톤브릭'으로 2년 버티다 둘 다 접었고, 롯데 '엘앤코스', 코오롱 '라이크와이즈'도 철수했습니다. 돈이 있어도 이렇습니다.

너도나도 화장품 하는 진짜 이유

첫째, 밸류입니다.

성장하는 시장에서 업을 하고 있으면 밸류가 높아집니다. 특히 스타트업은 K뷰티 연관 기업만 받을 수 있는 펀드들이 있어서 어떻게든 걸쳐놓습니다. 예창, 초창, 팁스 같은 큰 지원사업에 "AI"를 무조건 넣었던 것처럼, 지금은 그 자리에 "K뷰티"가 들어간 겁니다.

둘째, 진입장벽이 너무 낮아졌습니다.

AI로 시장조사 좀 해보고 아이디어 내서 제조사에 샘플 요청하고 ODM 생산으로 만듭니다.

여기서 브랜딩이나 마케팅 능력이 있고, 유통 감각이 있고, 운까지 좋으면 성장하기 유리합니다.

요즘에는 인플루언서 인맥이나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도 중요하고, 본인이 인플루언서인 경우는 어느 정도 매출까지는 기본으로 깔고 갑니다.

근데 그 이상은 사업 운영 능력입니다. 중요한 건 이 정도 능력이면 화장품이 아니어도 먹고삽니다.

대부분이 접는 패턴

100개가 넘는 뷰티 브랜드 마케팅을 대행하면서 비슷한 패턴을 정말 많이 봤습니다.

처음엔 주변 지인도 사주고 적당히 팔립니다. 본인도 뭔가 진정성(?) 있는 것 같고 평생 화장품 브랜드를 할 것 같은 열정이 생겨서 제품 라인업도 늘리고 마케팅 투자도 막 늘립니다.

그때부터 비용이 눈에 띄게 늘어납니다. 재고 쌓이고, ROAS 안 나오고, "생각보다 어렵구나" 자각하는 시점이 옵니다. 결국 재고 처리하고 사업을 접습니다. 이 사이클이 보통 1~2년입니다.

크리에이터 미팅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도 검증 안 된 브랜드에서 시딩 요청이 쏟아지니까 피로감이 쌓이고 있습니다. 제품 퀄리티가 떨어지는 브랜드 협찬을 올렸다가 팔로워 신뢰를 잃은 크리에이터도 봤습니다.

이게 반복되면 크리에이터들이 신규 브랜드 자체를 기피하게 됩니다. 결국 잘 만든 브랜드까지 피해를 봅니다.

그래서 제대로 하는 브랜드한테는 오히려 기회입니다

화장품은 마케팅이 90%라는 말이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근데 그건 단기 매출 이야기입니다. 브랜드가 지속되려면 결국 재구매가 나와야 합니다. 재구매가 나오려면 제품이 좋아야 합니다. 난립하는 업체들의 공통점은 이 순서가 뒤집혀 있습니다. 시장 뜨니까 일단 뛰어들고, 제조사에 샘플 하나 받아서 급하게 만들고, 광고비부터 태웁니다. 고객 페르소나도 없고, 누가 왜 이 제품을 써야 하는지도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요.

수백 개 브랜드의 크리에이터 캠페인을 운영하면서 확실히 느끼는 게 있습니다. 제품이 좋은 브랜드는 크리에이터 반응이 다릅니다. 가이드 없이도 진심으로 리뷰하고, 콘텐츠에 진심이 반영됩니다. 대부분 조회수는 보이지 않는 디테일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ROAS는 광고 예산을 쓸 때 결정되는 게 아닙니다. 제품을 기획할 때 이미 결정됩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들은 이 부분이 다릅니다. 제품을 만들 때부터 고객이 명확합니다. 누가, 왜 쓰는지가 정해져 있고, 그 고객의 피부타입에서 만족할 사용감이 나올 때까지 테스트합니다.

역설적이지만 이런 시기에 진짜 기회가 옵니다. 난립하는 업체들은 1~2년 안에 정리됩니다. 이미 폐업 데이터가 그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살아남는 브랜드들은 더 강해집니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입니다.

결국 기본을 잘 하는 브랜드가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