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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638개 신규 등록, 화장품 시장 난립 속 살아남는 브랜드의 조건

발행일: 2026년 3월 3일 · CNEC 뉴스레터

한 달간 638개의 신규 화장품 업체가 등록된 현황을 보여주는 국내 뷰티 산업 성장 통계 그래프

한 달 638개, K뷰티 창업 과열의 민낯

2024년 기준 한 달 새 화장품 신규 업체가 638개 등록됐다. 전년 대비 50% 증가, 4년 만에 두 배 수준이다. 같은 해 화장품 책임판매업체 폐업은 8,831건으로, 2020년 882건에서 4년 만에 10배로 급증했다. 시장이 뜨겁게 성장하는 동시에, 그만큼 빠르게 사라지는 브랜드도 늘고 있다.

식약처 통계에 따르면 전체 책임판매업체 수가 집계 이래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3만 1,524개에서 2만 7,361개로, 1년 만에 약 4분의 1이 줄었다. 외형적 성장 이면에서 실제 사업 지속 가능성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대기업도 철수하는 화장품 시장, 숫자로 보는 현실

K뷰티 호황에 올라타려는 시도는 비단 스타트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상장사 127곳이 화장품 업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지만, 실제로 사업을 전개한 곳은 극히 일부에 그쳤다. 철강선 제조업체, 소프트웨어 개발사, 전자부품 회사까지 사업목적란에 화장품을 올린 것은 주가 부양 목적에 가까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한스킨 인수 이후 2009년부터 현재까지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매출은 300억대를 유지했지만 2020년 영업손실 69억, 2021년 127억, 2022년 108억, 2023년 57억 원의 손실이 이어졌다. 이마트는 자체 뷰티 브랜드 '센텐스'를 5년, '스톤브릭'을 2년간 운영하다 모두 철수했고, 롯데의 '엘앤코스', 코오롱의 '라이크와이즈'도 사업을 접었다.

왜 이렇게 많은 업체가 뛰어드는가

창업 급증의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밸류에이션 이슈다. K뷰티 관련 기업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스타트업 투자 유치나 정부 지원사업 선정에서 유리하다. 예창·초창·팁스 같은 지원사업에 'AI'를 키워드로 넣던 트렌드가, 지금은 'K뷰티'로 바뀐 형태다. 둘째는 낮아진 진입장벽이다. AI 기반 시장조사, ODM 제조사 활용,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조합으로 초기 진입 비용과 복잡성이 크게 줄었다. 그러나 이 정도 역량이 있다면 화장품이 아닌 다른 업종에서도 충분히 사업이 된다는 점이 역설적이다.

반복되는 실패 패턴과 크리에이터 생태계의 부작용

수백 개 뷰티 브랜드의 마케팅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목격되는 사이클이 있다.

이 과정에서 크리에이터 마케팅 생태계에도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브랜드의 시딩(무상 제품 제공) 요청이 쏟아지면서 크리에이터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품질이 낮은 제품을 협찬받아 콘텐츠를 올렸다가 팔로워의 신뢰를 잃는 사례도 발생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크리에이터들이 신규 브랜드 자체를 기피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제대로 만든 브랜드까지 협업 기회를 잃는 피해를 입는다.

난립의 시대, 살아남는 브랜드의 조건

'화장품은 마케팅이 90%'라는 말은 단기 매출에는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러나 브랜드가 지속되려면 재구매가 일어나야 하고, 재구매는 제품력에서 나온다. 시장 과열기에 진입하는 브랜드들의 공통적인 실패 원인은 이 순서가 뒤집혀 있다는 점이다. 시장이 뜨겁다는 이유로 먼저 뛰어들고, 고객 페르소나 없이 광고비부터 쓰는 구조다.

반면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들은 제품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누가, 왜 이 제품을 쓰는가'가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다. ROAS는 광고 예산을 집행할 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기획할 때 이미 방향이 정해진다는 것이다. 제품력이 뒷받침되는 브랜드는 크리에이터 캠페인에서도 차이가 난다. 별도 가이드 없이도 크리에이터가 진심으로 리뷰하고, 그 진정성이 콘텐츠 성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폐업 데이터는 이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난립하는 업체들은 1~2년 안에 정리되고, 그 과정에서 살아남는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더 강한 포지션을 갖게 된다. 자극적인 단기 마케팅보다 제품력, 명확한 고객 정의, 브랜드와 결이 맞는 크리에이터와의 장기적 관계가 이 시기를 버티는 핵심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