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 커머스 대표가 시딩을 직접 고집하는 이유: 1000억 브랜드는 왜 다른가?
발행일: 2026년 1월 30일 · CNEC 뉴스레터
최근 연 매출 400억을 달성한 커머스 브랜드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놀라운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직도 시딩(제품 협찬) 기획을 직접 하신다는 겁니다.
"제가 하면 조회수 100만이 넘는데, 담당자한테 맡기면 감을 못 잡아요. 답답해서 그냥 제가 합니다."
400억 회사의 대표가 직접 인플루언서 계정을 찾고, DM을 보내고, 기획안을 씁니다. 비단 이 대표님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100~200억 대 뷰티 브랜드에서 흔히 목격되는 장면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왜 대표가 하면 터지고, 직원이 하면 안 터질까요?
대표와 직원의 차이는 능력보다는 '절박함'입니다.
대표에게 제품은 '내 새끼'이고, 시장은 '전쟁터'입니다. 제품의 소구점, 고객의 결핍, 후킹 포인트를 머리가 아니라 직관으로 연결합니다. 실패하면 죽는다는 절박함이 가장 날카로운 기획을 만들어냅니다.
반면 직원에게 시딩은 그저 처리해야 할 '업무'일 뿐입니다. 실패하지 않는 기획을 하려다 보니 안전한 선택을 합니다. 결국 엣지 없는 밋밋한 콘텐츠가 나옵니다.
더 큰 문제는 대표의 직관이 '암묵지'라는 점입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고 매뉴얼로 만들기도 힘듭니다. 직원에게 그대로 이식하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100억의 함정'에 빠지다
매출 0원에서 100억까지는 대표의 개인기로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100억을 넘어 400억, 1,000억으로 가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단계에서 대표가 여전히 시딩을 직접 쥐고 있다면, 역설적으로 그게 회사의 가장 큰 리스크가 됩니다.
- 확장성이 없습니다. 대표의 시간은 유한합니다. 대표가 컨펌해야만 마케팅이 돌아간다면, 성장 속도는 대표의 체력 한계에 묶입니다.
- 학습된 무기력이 생깁니다. "어차피 대표님이 다 고칠 텐데." 직원들은 치열하게 고민할 이유를 잃습니다.
- 인재가 안 옵니다. 성장할 기회가 없는 회사에 좋은 사람이 올 이유가 없죠.
대표가 직접 뛰는 회사들, 200~300억에서 정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귀인은 찾는 게 아닙니다
많은 대표님이 "저 대신할 사람 없을까요?"라고 묻지만, 현실은 냉혹합니다.
1. 만나기가 어려운 건지
뷰티 마케팅 인력 시장의 현실입니다.
진짜 실력자는 이미 연봉 1억 이상 받거나 본인 브랜드를 하고 있습니다. 채용 시장에 나오는 인력 중 "감각 있는 사람"은 희소합니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3만개가 넘어갑니다. 그런데 "마케팅 진짜 잘하는 사람"은 몇 명일까요?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2. 키울 수 없는 환경인 건지
100~200억대 회사의 현실입니다.
마케터 1~2명이 퍼포먼스, 시딩, 콘텐츠 기획, 인플루언서 섭외, 촬영 관리, 편집 피드백까지 다 합니다. 한 사람이 다 하니까 깊이가 생길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대표가 직접 하는 게 더 빠릅니다. 설명하고, 기다리고, 피드백 주고, 다시 수정받는 시간에 그냥 본인이 해버리는 거죠.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 담당자는 배울 기회를 잃습니다.
실패해봐야 감이 생기는데, 실패할 기회를 안 주니까요. 성과 압박은 심하고, 시행착오는 허용 안 되고, 대표의 감각은 머릿속에만 있습니다.
결국 담당자는 성장하기 전에 지쳐서 나갑니다. 새 사람 뽑고, 또 처음부터. 이 사이클이 반복됩니다. 대표는 "왜 감을 못 잡지?" 하고, 담당자는 "성장할 환경이 안 돼요" 합니다. 서로 답답한 거죠.
3. 키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건지
솔직한 이야기입니다.
시딩 감각은 가르쳐서 되는 영역이 아닐 수 있습니다. 어떤 크리에이터가 뜰지, 어떤 기획이 먹힐지, 이건 데이터만으로 판단이 안 됩니다. 수천 개의 콘텐츠를 보고, 직접 실패해보고, 그 과정에서 쌓이는 직관의 영역입니다.
그래서 대표들이 직접 하는 겁니다. 본인이 그 시행착오를 가장 많이 겪었으니까요.
1,000억 브랜드는 뭐가 다른가
1,000개 이상 뷰티 브랜드를 만나면서 발견한 패턴이 있습니다. 1,000억을 넘긴 브랜드는 대표의 감각을 "시스템"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그 시스템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인재를 채용하고 관리했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대표의 기준을 문서화하고,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프로세스를 설계합니다. 그 과정에서 담당자들이 성장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성장한 인재들이 대표 이상의 감각을 갖춘 스페셜리스트가 됩니다. 시딩은 시딩 전문가가, 퍼포먼스는 퍼포먼스 전문가가, 콘텐츠는 콘텐츠 전문가가. 각자의 영역에서 대표보다 더 깊은 전문성을 갖게 되는 거죠.
반대로, 대표가 계속 직접 뛰어야 하는 회사는 매출 200~300억에서 멈춥니다. 대표의 시간이 병목이 되니까요.
시딩도 결국 시스템입니다
하우랩에서 1,000개 이상 브랜드와 일하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시딩을 대표가 직접 하는 회사는 성장에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시딩 기준을 시스템화하고, 그걸 운영할 담당자를 키운 회사는 스케일이 달라요.
"어떤 크리에이터가 우리 브랜드에 맞는가?" "어떤 콘텐츠가 터지는가?"
이걸 대표의 감이 아니라, 데이터와 프로세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하우랩이 21가지 기준으로 크리에이터를 분류하고, 브랜드별 매칭 시스템을 만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나 대신할 사람을 찾을까?" 이 질문 대신, "어떻게 하면 사람이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까?" 이게 더 나은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혼자 하드캐리하고 계신 대표님들께, 조금이나마 생각의 단초가 되었으면 합니다.